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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게 고백을 하자면 평생 술은 입에도 대지 않겠다고 결심한 적도 있습니다. 분명히 있었거든요. 어머니에겐 술이 웬수였던, 아버지에겐 술이 유일한 해소였던 시절이. 어머니는 내가 정말 술과 멀리 떨어져 살 줄 알았다며, 아버지의 주량과 사연에 데이지도 않았느냐며, 간혹 타박을 합니다. 아버지요? 이상하게도 지금은 어머니와 한편이 되어 요즘 누가 그렇게 술을 많이 마시느냐며 겹타박을 하지요. 그러나 어쩌겠어요. 막걸리의 추억이, 술밥에 대한 시큼한 기억이 자꾸 되살아나니 말이에요.
예닐곱이나 되었을까요? 학교를 다니지 않았을 때였으니 아마 그 근처였을 겁니다. 아버지의 심부름으로 막걸리를 사기 위해 50원과 작은 양은주전자를 들고 동네 양조장을 찾은 나는 양조장 아저씨가 담아주던 막걸리를 보며 슬며시 맛이 궁금해졌는가 봅니다.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아저씨가 보는 앞에서 조금씩 마셔보았는데 시큼털털하면서도 은근히 달기도 했던지 그만 작은 주전자 하나를 다 비우고 말았습니다. 처음엔 어린아이가 술을 마시는 폼이 귀여워서 구경만 했을 아저씨는 나중에 기가막혔는지 선뜻 다시 아버지 몫의 막걸리를 가득 담아주셨지요. 그러는 동안 아버지는 집에서 급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술이 늦어 인상을 찡그렸을지 몰라도 아이가 무소식이니 나중엔 술심부름 시킨 일이 마음을 서늘하게 했을 겁니다. 마침내 찾아 나선 길, 아이를 발견한 곳은 골목에 있는 전파사 앞이었다고 하더군요. 거기서 동네 불량배들과 함께 전파사의 전축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었다더군요. 주전자는 전신주 옆에 엎어져 있고요. 물론 그렇게 소소한 것까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말입니다. 또 나중에는 술밥에 -그게 술을 빚기 위한 것이었는지 아니면 술을 빚은 후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밥알에서 술맛이 엄청 나는 그 밥에- 취해본 일도 있습니다. 아마도 어머니와 어데 마실을 갔던 것 같은데 마침 광주리에 담아 놓은 술밥을 보고는 배가 고팠는지 달려들어 먹더랍니다. 처음엔 조금 먹다 술맛이 느껴지면 그만 먹겠지 했는데 시큼하고 이상한 냄새가 그리 싫지 않았는지 맛있다며 양껏 먹더랍니다. 어쨌든 어머니는 그 날 고생 좀 하셨다더군요. 낼모레면 학교 들어갈 다 큰 녀석 하나를 등에 업고 한참을 걸어 귀가해야 했으니 말입니다. 어쩌면 누룩의 맛에 손맛과 세월의 맛을 더한 밥맛을 일찍 체득했는지도 모르지요. 굳이 술이 아니더라도 무엇에든 취한다는 건 긍정적인 일이니까요. 이쯤되니 보들레르의 말은 은근한 사실이군요. 언젠가 위대한 의사가 탄생한다면 술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밝혀야 할 것이라던. 그리고 취하라던. 술에건, 시에건, 미덕에건, 당신 뜻대로 노상 취해 있으라 하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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