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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혜석(1896~1948)한 여자, 나혜석을 생각한다. 선각자와도 같았던 그녀의 진보적인 사상과 재능은 뒤로 미루더라도 사랑에 관한 확고부동한 철학과 이를 증명한 생활은 내게도 어떤 자극을 주었던 것이 사실이니 다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아이들과 찬란한 이름과 누리던 거의 모든 것들을 강탈당한 한 여자가 어느 날 삼천리에 발표한 이혼고백서라는 장문은 통렬하기도 했으나 분명히 숨이 가쁘고 저린 일이다. 여자를 남자의 소유 혹은 부속물 정도로만 취급하던 당시 사회의 통념과 관습에 대한 항변은 절대선의 평가를 떠나 그저 아프기만 했다. 그러나 어찌 알겠는가. 틀 밖으로 나갔던 여자의 말년은 참담했으니, 정신장애와 반신불수가 되어 서울 원효로 자혜병원 무연고자 병동에서 지켜보는 이 없이 외롭고 처량한 주검이 되었다. 행방불명이 된지 10년 만에 행려병자가 되어 죽게 된 단 하나의 이유이자 죄명은 불행하게도 '다른 남자를 사랑한 발칙한 죄'였다. 이러한 전력은 그녀의 이미지에 회복하기 어려운 타격을 주었고 그녀가 남겨 놓은 예술적 성과는 쓸쓸한 살이의 굴곡에 가려 변질되기에 이른다. 그녀의 인생처럼 억울하기 짝이 없는 예술가가 된 것이다. 나는 온전한 페미니스트가 아니다. 그러나 결코 그녀의 감정과 확신이 틀렸다고, 모범사회의 해악이라고 치부하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 다소 무리한 비약을 하자면 무라카미 하루키가 그의 단편 [비 피하기]에서 썼던 말처럼 원시시대의 모든 섹스는 공짜였다. 지금은 이러한 법칙이 존재하지 않는다. 센스일 수도 있고 넌센스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그런 것이다. 이렇게 일탈은 시대적 개념을 갖는다. 과거에는 죄가 아니었던 것이 세련된 지도자들의 발상에서 비롯하여 어떤 규범으로 정해지고 나면 공짜였던 섹스가 마침내 일탈의 범주 안에 갇혀 죄가 되기도 하는 것처럼, 반대로 인간의 본성과 미덕을 억압하는 죄악적 요소들이 최소한 죄가 되지 않거나 심지어 사회적 찬사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는 이러한 몇 가지를 경험하며 살지 않는가. 그녀의 남겨진 작품들도 탁월하지만 내가 가장 깊이 생각하는 것은 '우리에게 여성이 인간으로 산다는 것이 무엇인가' 라는 화두를 던지고 갔다는 사실이다. 한국 사회에서 여자로 산다는 것, 생의 전반에 작용하는 그 폭압적 의미를 생각한다. 그녀는 소설 '인형의 집'에서 왜 로라가 나가야만 했는지 이미 오래 전에 알고 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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