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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을 참기 힘들어서 냅다 달리기 시작했는데, 알량한 자존심을 무너뜨리지 않으려고 오기 혹은 각오를 다지는 의미로 어금니까지 악물고 달리기 시작했는데, 나중에는 숨이 턱까지 차 올라 배가 끊어지는 것 같더군. 이러다 쓰러져도 좋을 것 같아서 나는 오만상을 찡그리며 달렸지. 악을 쓰며 계속 달렸지. 누군가를 증오하는 건, 독한 마음을 섞어 분을 품는 건, 어쩌면 스스로를 향한 일종의 저주가 아닐까 싶어. 결국 참을 수 없어서 허리를 꺾고 말았지. 웃기는 건 심장이 파열할 것 같은 그 시점에 나는 분이고 뭐고 다 잊은 채 단지 숨이 차서 죽을 뻔했다는 거야. 오늘 내가 삼켰던 독을 정신없이 토해냈던 거지. 87년 오월은 정말 뜨거웠다. 매일 이어지던 연세대 앞 시위, 숱한 사과탄, 눈알이 빠질 듯한 통증, 주먹질과 곤봉세례. 김지하는 서서히 죽어가고 있었고 남아있는 건 그의 시 한 편 뿐이었다. 타는 목마름으로, 타는 목마름으로. 우스운 건 그토록 절실하던 외침이 끝나고 사과탄을 뒤집어 쓴 채 숨이 막힐 때 나는 정말 숨이 차서 죽을 것 같았다. 그리고 전두환과 노태우의 계산된 자진납세, 6.29선언이 있었다. 광주의 오월을 생각할 때마다 나는 지난 날의 어설펐던 분과 독이 진심이었을까 자문하게 된다. 술자리에서 안주로 씹어대며 적당한 울분을 소주잔에 채우는 이들과 마주칠 때마다 술잔을 꺾어야 했고 숨어사는 사람처럼 침묵했다. 부끄럽다.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고 했던가. 그러나 한 시절이 가고 한 시절이 오는 동안 광주는, 타는 목마름은, 아직 제대로 된 꽃상여 한 번 타보지 못했다. 부디 이 일이 우리 가슴 속에 풀지 못할 결계로 남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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